『Magazine School Vol.3』는 경기도 포천시 관인고등학교의 문예창작동아리 ‘규장각’이 펴낸 세 번째 매거진이다. 주가람, 이정진 두 지도교사와 일곱 명의 학생 에디터(이일규, 박서연, 정은수, 손민유, 이승환, 정예은, 한세영)가 ‘오물오물(OMULOMUL)’이라는 주제 아래 모였다. 음식을 한 입씩 천천히 곱씹듯, 저마다의 기억과 관계, 그리고 꿈을 되새긴 기록이다.
이번 호는 지난 5월 규장각이 함께 떠난 서울 망원동 취재 여행에서 출발한다. 망원시장과 한강공원, 출판사 창비의 북카페를 거닐며 모은 이야기는 영수증 네 장으로 되짚은 식도락 여행기(정은수), 브라운핸즈 북카페와 아홉 권의 책(이일규),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관찰기(박서연), 중식당의 건축과 소소한 에피소드(이승환)로 이어진다. 여기에 영어권 나라들의 음식과 유래(손민유), 음식 속에 숨은 과학 상식 문제(정예은), 직접 색칠하는 음식 컬러링북(한세영)을 더했다.
이 밖에도 규장각 식구들이 ‘나를 닮은 음식’으로 자신을 소개한 인터뷰, 철원의 식당 13곳과 카페 4곳을 찾아간 이정진 선생님의 미식 탐방기 ‘맛집 이선생 Season 2’, 과학처럼 보이는 주장을 따져 본 유사과학 비평 카드뉴스, 영어교과융합 스토리텔링 「달콤한 말」, 「김치+볶음밥」을 실었다. ‘찰랑찰랑’, ‘보글보글’, ‘사각사각’, ‘바삭바삭’처럼 음식의 소리로 첫 문장을 여는 에세이 특집 ‘오물오물 곱씹는 에세이’도 함께 담았다. 마지막은 40년 교직을 마무리하는 황만식 교장 선생님의 퇴임 인사가 장식한다. 한 끼를 함께 나누는 온기로 쓴, 관인고등학교 사람들의 세 번째 성장 기록이다.
한 입씩, 천천히. 곱씹을수록 깊어지는 우리들의 이야기
“당신을 닮은 음식은 무엇인가요?”
2024년 ‘감각’으로 찰나의 순간을 붙잡고, 2025년 ‘공간(SPACE)’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설계했던 『Magazine School』이 세 번째 해에는 ‘오물오물’이라는 가장 일상적이고도 다정한 주제로 돌아왔다. 음식을 다룬다고 해서 이 책을 맛집 안내서로만 읽을 수는 없다. 이 책에서 음식은 들어가는 문일 뿐이다. 학생들이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오래 곱씹은 것은 할머니의 백숙, 엄마의 볶음밥, 친구와 나눠 먹던 치킨에 묻어 있는 기억과 관계, 그리고 아직 다 익지 않은 자신의 꿈이다.
책은 “먹고 싶어서 정한 주제는 아니겠죠? 하하, 농담 농담.”이라는 유쾌한 인터뷰로 문을 연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바게트’(이일규), 화려하진 않아도 따뜻하게 기억되고 싶은 ‘군고구마’(박서연), 오래 기다려야 녹는 ‘꽝꽝 언 아이스크림’(이승환), 속에 여러 재료를 품은 ‘김밥’(정예은)까지. 음식에 빗댄 자기소개만 읽어도 규장각의 일곱 빛깔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지도교사 주가람은 낯설지만 정체성이 뚜렷한 ‘평양냉면’을, 이정진은 아는 맛이라 질리지 않는 ‘편의점 컵라면’을 골랐다.
이번 호의 중심에는 5월의 망원동 취재 여행이 있다. 같은 시장, 같은 하루를 걸었지만 학생들이 가져온 이야기는 제각각이다. 정은수는 영수증 네 장을 ‘여행의 타임캡슐’로 삼아 하루를 되짚고, 박서연은 닭강정 가게의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을 짧게 보고 섣불리 판단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사회복지사의 꿈을 다진다. 사서를 꿈꾸는 이일규는 북카페에서 고른 아홉 권의 책을 소개하고, 교사를 꿈꾸는 정예은은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음식 상식 문제를 직접 출제했다. 먹고 걷고 보는 경험이 각자의 진로와 시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에세이 특집 ‘오물오물 곱씹는 에세이’는 모든 글이 음식의 소리로 시작한다. 새벽 시험공부 중 풋사과를 직접 깎다 손을 베이고서야 매일 과일을 깎아 주던 어머니를 떠올리는 「사과」(정예은), 부대찌개를 기다리던 석식과 편의점 앞 계절의 풍경을 담은 「우리들의 석식」(이일규)은 지금 이 시절만의 공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영어교과융합 스토리텔링에 실린 「김치+볶음밥」(황다은)은 어린 날의 볶음밥에 ‘김치’라는 불안이 더해진 열일곱의 마음을 담담히 고백한다. 교사들의 글도 묵직하다. 이정진은 전교생 70명이 채 되지 않는 학교에서 보낸 4년을 ‘관인화(官仁化)’라는 말로 곱씹고, 주가람은 화해를 돕는 앱 ‘사과고치’를 만든 경험을 통해 다정한 사람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철원의 식당과 카페 17곳을 발로 기록한 ‘맛집 이선생 Season 2’는 지역을 향한 애정이 담긴 또 하나의 선물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40년 교직을 마무리하는 황만식 교장 선생님의 퇴임 인사가 실려 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결국 사람의 온기”라는 그의 말은 이 책 전체를 꿰뚫는 문장이기도 하다. 음식이 배를 채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함께 먹은 사람을 기억하게 하듯, 『Magazine School Vol.3』는 작은 학교의 사람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눠 먹은 기록이다.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낸 학창 시절의 한 끼를, 또래 독자들에게는 “너도 그랬구나.” 하는 공감을 건넨다. 천천히 오물오물 곱씹어 읽을수록 더 깊은 맛이 우러나는 책이다.
SECTION 01 규장각을 소개합니다 _ 글 · 주가람
규장각을 소개합니다: 읽던 아이들이, 이제 씁니다
오물오물 인터뷰 · 나를 닮은 음식: “먹고 싶어서 정한 주제는 아니겠죠? 하하, 농담 농담.”
SECTION 02 맛집 이선생 Season 2 _ 글 · 이정진
여는 글 · 맛집 이선생 Season 2: 숟가락 하나 가볍게 쥐고, 철원으로
식당 편(13곳) 15 / 카페 편(4곳)
나오는 글 · 맛집 이선생 Season 2: 추억의 식탁을 부지런히 차려두려 합니다
SECTION 03 부원들의 오물오물
식도락 여행기 - 정은수 / 브라운 핸즈 북카페와 여러 가지 책들 - 이일규 / 시장에서 사람을 관찰하다 - 박서연 / 영어권 나라들의 음식 소개와 유래 - 손민유 / 따뜻한 기억 - 이승환 / 음식 컬러링북 - 한세영 / 음식 속에 숨은 재미있는 상식 - 정예은
SECTION 04 유사과학 비평 카드뉴스 _ 글 · 김단비
과학처럼 보이지만 과학이 아닌 것들
SECTION 05 영어교과융합 스토리텔링 _ 총괄 · 현지수
음식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 · 01: 달콤한 말 - 손민유
음식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 · 02: 김치+볶음밥 - 황다은
SECTION 06 나를 이야기하는 동화
재능 있는 아이의 후회 - 조시현
별을 닮은 아이, 빛을 나누는 선생님 - 박해든
SECTION 07 오물오물 곱씹는 에세이
찰랑찰랑, 낯선 맛에 마음을 열다 - 박서연 / 진짜 친구 - 손민유 / 기억 낚시 - 이승환 / 우리들의 석식 - 이일규 / 생각보다 가까운? - 정은수 / 사과 - 정예은 / 다 함께 치킨 - 한세영 / 오물오물, 마음을 곱씹는 자리에서 — 나의 관인(官仁) 연대기 - 이정진 / 아삭한 사과고치 개발기와 다정한 사람이 되는 법 - 주가람 / 40년 봄 같은 날을 뒤로하고… - 황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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