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써 온 글들은 결국 마음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고백이자,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적어 내려간 조용한 성찰이었습니다.
처음 글을 시작하며 저는 작은 약속을 했습니다.
매일 한 줄이라도 쓰자는 다짐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문장들이 하루하루 쌓여 어느새 제 삶의 기록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린 삶의 조각들입니다.
어둠의 바다를 은은히 밝히는 어화漁火처럼,
이 글들이 독자의 마음에 작은 불빛 하나로 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가는 곳마다 탐욕에 눈먼 자들이 설쳐댄다.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물고기들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몰려든다. 지척을 분간하기 힘든 어둠을 뚫고 불빛을 향한다. 누가 시키거나 알려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잠복해 있어도 가던 길을 멈추거나 돌아서지 않는다. 행렬이 물결을 이루면 쉽게 빠져나오거나 흩어지지 못하고 관성으로 밀려간다.
어둠이 내리자 거의 동시에 불이 켜졌다. 사냥감을 주시하며 때를 기다리던 맹수같이 일시에 수십 척 배가 불덩이로 변했다. 어둠에 묻혀 있던 거대한 선단의 오백 촉 어화가 출렁대는 바다에 빛을 내려놓자 캄캄한 바다는 무섭도록 검붉게 변한다. 파도가 칠 때마다 주낙처럼 매달린 전등이 곡예하듯 춤을 춘다. 선원들도 세상이 잠든 캄캄한 바다를 밝혀주는 등불같이 파도를 탄다.
- 본문 중에서
서문
제1장 어화
추錘, 멈추다
어화漁火
덧칠
무논의 노래
구음, 혼을 담다
신기루를 좇다
안갚음과 안받음
제2장 최고의 안주
쇠, 세세생생하다
사형蛇兄의 죽음
최고의 안주
다릿돌
고무장갑
사막의 꽃
강물의 기억
제3장 바람의 흔적
인향人香
바람의 흔적
제승당 가는 길
맹아지
녹슨 우산
다시 한번
미늘쇠, 미궁에 들다
제4장 비가 머문 산사
산사 가는 길
비가 머문 산사
엉그름
초정 약물탕
소지燒紙
카락성
흐르지 않는 강
제5장 북문 가는 길
농우農牛
호연정 탁목조
목상木像
석관
해감
일자의 고희연
북문 가는 길
구름 걸린 고갯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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