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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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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선 파도 소리가 난다

출간일
2026-03-24
저자
김예준
분야
문학
판형
기타
페이지
126
ISBN
979-11-392-3126-7
종이책 정가
12,000원
전자책 정가
저자소개

김예준

김예준
강 한가운데 모래알을 가라앉혀 섬(河中島)을 만들고 그 위에 살며 쓰고 싶습니다. ‘표류기’의 김 씨처럼.

서랍은 무엇을 넣으라고 정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보다 작기만 하다면 낡은 오카리나부터 해변의 조개껍데기까지 무엇이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도무지 내용물을 예상할 수 없고, 그 안에는 오직 나만이 내력을 아는 은밀한 기억의 지층이 쌓입니다. 이 지층은 닫혀 있다고 해서 굳어버리는 화석이 아닙니다. 서랍이 열릴 때마다 기억들은 깊은 곳까지 헤집어지고 뒤섞이며, 그 속에서 작은 바다가 되어 쉼 없이 출렁입니다. 그리고 그 파도에 휩쓸려 잊고 있었던 것들이 불쑥 떠오르기도 합니다. 닫힌 서랍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파도 소리. 생의 다채롭고 역동적인 기록들을 이제 세상 밖으로 꺼내 놓습니다.

서랍 속의 파도를 꺼내어 닦는 시간의 연금술

 

김예준 시인의 첫 시집 서랍에선 파도 소리가 난다는 시인의 말에서 고백하듯 어디가 됐든/문장은 흘러가야 한다라는 단호한 의지에서 출발한다. 이 시집은 내면의 서랍깊숙이 간직해 온 기억과 감정들을 꺼내어, 그간 묻어 있던 소금기이끼를 정성껏 닦아내고 새로운 무늬를 입히는 정교한 기록이다.

 

시집은 봄볕에 물들 해풍에서 시작해(1), 깊은 해저로의 침잠을 거쳐(2), 관계의 회복인 무지개 물고기(3)로 나아가는 유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지푸라기에서 보여주는 바닥에 발이 닿아야 한다/가라앉아야/떠오를 것 아니냐는 선언은 삶의 하강 국면에서 길어 올린 내면적 에너지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 시집은 개인의 부상(浮上)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각자의 서랍 속에 간직해 온 파도 소리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공명(Resonance)의 장으로 기꺼이 나아간다.

 

전체적으로 시인의 비유는 일상의 사물을 생소하고도 생생한 존재로 탈바꿈한다. ‘모기향불붙은 달팽이로 형상화하거나, ‘봉안실의 유골함을 “80여 년의 시간이 담겨 있는 모래시계로 바라보는 시선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구체적인 묘사의 힘을 드러낸다. 또한 자장가에서 보여주는 바구니 한가득 땀방울 소리/달그락달그락과 같은 표현은 시인의 언어가 얼마나 세밀하게 삶의 현장을 포착하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시인은 자신과 세상을 향해 성찰적이면서도 따뜻한 말을 건넨다. 소녀와 화분에서 보여주는 나는 마음에 듭니다”, “나는 따뜻해집니다와 같은 고백은 독자로 하여금 시인의 내면세계에 안심하고 발을 들이게 한다. 이러한 태도는 3부에 이르러 타인과의 관계로 확장되는데, 일면식 없는 옆자리 승객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방향이 같은 그에게 괜찮으시다면, 같이란 말로 동행을 제안한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아이에게 버스 벨을 양보하는 장면은 방향이 같아/아이의 손끝을 따라/나도 일어섰다라고 말하는 주체와, ‘아이가 삶의 궤적을 공유하며 연대하는 순간을 포착해 낸다.

 

시인은 또한 감정의 과잉을 경계하며 언어를 절제한다. 대표적으로 슬픈 歡送에서 슬픔을 직접적으로 토로하기보다 안개구름 속에/가려진 해를 기다릴/당신을 앞에 두고/어떻게 눈물을 보이겠어요라며 슬픔의 범람을 막고 정서의 파고를 낮춘다. 그리고 責任에서는 책임의 그 무게를 페가수스의 입에 물린/고삐이고 채찍이라 치환하며 시어의 밀도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수족관의 투명한 벽을 통해 서로의 표정과 손짓을 보고 어느 정도 마음을 헤아릴 수있음을 강조한다. 소리는 직접 닿지 않아도 벽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댈 수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시인의 시선은, 이 시집이 지향하는 소통이 결코 화려한 수사가 아닌 내밀한 진심의 확인임을 보여준다. 서랍에선 파도 소리가 난다는 개인의 서랍 속에 잠겨 있던 파도 소리를 광장으로 불러내어, 우리 모두는 각자만의 바다를 품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온기 가득한 편지이다.

 

 

1부 봄볕으로 하얗게 물들 해풍

山寺의 가을

12

겨울비

겨울의 로뎀나무

가로수

자장가

院洞

鹽藏

立春

커튼콜: 3

봄비처럼

, 한 것

소녀와 화분

아라연꽃

회광(回光)

 

2부 쉬이 밟을 수 없는 해저

호수

세수

버스

지푸라기

날개

가을 모기

모기향

실타래

손톱

카나트(Qanat)

영원과 삶

봉안실

여행자

責任

달력

퇴근

잊어버리고 싶은 것들

눈사람의 밤

식탁

연금술

달과 6펜스

이카로스

깃발

 

3부 무지개 물고기의 비늘은 모두 물고기

jenga

puzzle

태양계

괜찮으시다면, 같이

봄의 한가운데

역광

겨울 햇살

다음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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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歡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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