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정제하고 삭제하는 기술이 일상이 된 가까운 미래.
“잊으세요, 새로운 당신의 날들이 기다립니다.
힘들었던 기억을 지우고 내일을 선물받으세요.”
하지만 기억을 지우면 고통도 사라질까?
삭제된 기억, 남겨진 감정.
그리고 지우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기억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견뎌야 할까?
“나 ‘김세현’은 국가 「감정보건법」 제43조 제1항에 따라 기억 삭제를 선택하지 않으며 과거의 전 기억과 감정을 보존하고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이 선언을 통해 밝힙니다. 나는 나의 기억의 무게가 때때로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그 무게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인간다움이라 믿습니다. 나는 기억을 지우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심리적,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하며 이 선택이 도망이 아닌 책임의 행위임을 선언합니다.”
딸의 선언 낭독 후 소연과 남편은 증언자로서 패드에 사인을 하고 지문과 홍채 인식으로 증언을 마쳤다.
“2045년 6월 20일, 김세현, 여 - 보존자로 남기를 선택하셨습니다.”
_「선택의 날」 중에서
선택의 날
NID-7
21 삭제를 원하신다고요
찰칵, 우리 셋
작은 방울 하나
기억과 투자, 그 사이
초코우유 하나, 딸기우유 둘
눈물의 각도
빈칸과 주름
널 위한 미역국
코코아 한잔
텅 빈 네트
봄볕 그리고 깊은 잠
감정의 주체
기억의 문 앞
어둠을 읽는 자
검은 수면 위를 걷는 자
오래된 체념
침묵
조각의 자리
거래
기억의 틈
아킬레스건
그날의 진실
기억의 방
파열
젊은 날의 상자, 끝
각성
실체
무너지는 경계
그럼에도, 나는
의도적인 연출
판도라의 상자
고립
끝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조작된 기억
햇살이 비치는 자리
통로, 집
혼돈
성장과 치유
완전한 고립, 절망
용서
기억의 윤리
삶의 궤적의 가치
감정의 조각들은 연결되어 있다
Endure
에필로그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