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고향이 좋아진다. 젊을 때는 그저 다른 곳에 가서 살고 싶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모르는 곳으로, 비루한 나의 모습을 아무도 못 본 곳으로 가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고향만이, 부모님만이 온전히 나를 받아들여 주었다.
언젠가 돌아갈 고향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과거의 어리석은 잘못을 용서해 줄 수 있는 넉넉한 품을 가진 고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그리워해도 모든 사람이 다 고향에 돌아가서 생을 마감하지는 못한다. 그런 행운을 가진 사람은 아마 전생에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일 것이다.
인생이란 아주 잘 살아온 사람에게도 두 돌 지난 아기와 같다. 안고 있으면 무겁고, 내려놓으면 불안하다. 꼭 쥐고 있지만 어느샌가 품에서 날아가 버리는 자식처럼 늘 안타깝고 애달프다.
민족의 명절 설날부터 마지막 절기 대한까지 삶에 대한 욕망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 위선의 삶과 본능과 욕망에 충실한 삶,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제1장 오래된 숲에 바람이 불다
1. 설날
2. 정월대보름
3. 입춘(立春)
4. 우수(雨水)
5. 경칩(驚蟄)
6. 춘분(春分)
7. 청명(淸明)
8. 곡우(穀雨)
제2장 자주꽃 피면 자주감자
9. 입하(立夏)
10. 소만(小滿)
11. 망종(芒種)
12. 하지(夏至)
13. 소서(小暑)
14. 대서(大暑)
제3장 달은 마을 어귀에서 기다리고
15. 입추(立秋)
16. 처서(處暑)
17. 백로(白露)
18. 추분(秋分)
19. 추석(秋夕)
20. 한로(寒露)
21. 상강(霜降)
제4장 구름의 배를 가르니 눈이 쏟아지네
22. 입동(立冬)
23. 소설(小雪)
24. 대설(大雪)
25. 동지(冬至)
26. 소한(小寒)
27. 대한(大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