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와 첼로 연주를 섞어 소박한 시를 빚고 싶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감성은 애석하게도 건조했다.
글자는 자신의 고집대로 나를 이끌고, 물감을 풀었다.
바람에 휘어지고, 바스러지려는 가슴을 부여잡고, 건조체 문장을 우유체로 만들기 위해 내 감성을 조율해야만 했다.
‘시인의 말’ 중에서
배롱꽃 이불
햇살이 좋은디도 침대가 추워야
홀로 된 어머닌 갈빗대 꺾어
한여름인데도 군불을 지핀다
뿌려 놓은 씨앗들이 꽃을 피워도
배롱나무는 여전히 춥잖여
자식 들으라는 듯 혼잣말인 듯
축축한 말씀을 하신다
머뭇거리다 사태가 나려는
어머니의 아픈 뒷덜미
가만히 짚어 주는 연분홍 배롱나무 꽃잎 한 장
- 본문 중에서 -
2월, 꽃반지 자리
남자 은반지가 눈길을 당긴다
누군가 끼워 줬을 것 같아 매콤한 공복감이 느껴진다
남자 시선 밖으로 둘둘 말리다 오랫동안 엉킨 혀
서툴게 깨금발 하다 접속사만 연발한다
그 남자 가슴이 차다는 걸 아는 나는 잠시
일렁이는 찬 바람에 뜨거운 숨결 내뱉고 싶어졌다
감춰 둔 패가 없어 결빙의 준령 넘다 미끄러진 저
트럭도 오늘은 갇힌 손가락처럼 잠들지 못할까
풍경도 집으로 돌아오느라 글썽거리고
- 본문 중에서 -
1부 2월, 꽃반지 자리
2월, 꽃반지 자리
각질
고성동 겨울 판화
공황장애
적비悲
발돋움
多누리 무札
독거
마음의 크기
미더덕
2부 배롱꽃 이불
귓소리를 읽다
여섯째 발가락의 꿈
내 이용약관을 읽어 본 후
배롱꽃 이불
벚꽃 터널
붉바리
빗장
빨래
구름 꿈
실연
3부 쓱
쓱
안부
방榜과 방房
외면
위험한 거래
장미
지하철 읽기
탁발
틈
기도
4부 괜찮아
아버지의 서사
괜찮아
귤
넌 도대체 누규?
미움
삶의 궤적
인연
짝지
편
불안
5부 역易
이별이란
천리향
4월
로또
역易
철새 정류장에서
고독
얼레지에게 경배를
정신병
봉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