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스파이 유리』의 속편이다. 등장인물과 내용 전개가 전편에서 이어진다. 전편을 읽은 독자들의 「유리는 어떻게 되었어요?」라는 질문을 받고 힘을 얻어 속편을 내게 되었다.
독자들은 소설 내용을 사실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채택된 소재들은 국내외의 신문 잡지와 인터넷, TV 방송 등에 다양하게 공개돼 있는 것들이다. 공개된 사건과 사례들과 그에 관련됐던 조직들, 장소, 시간, 상황을 각색하고 가공의 인물들을 개입시키며 구성했다. 따라서 Fact와 Fiction을 결합한 Faction이다. 조직, 기관들의 명칭과 장소는 그대로 차용했다.
가을날 어머니는 중환자실로 옮기셨다. 식사는 콧속 호스로 하고 있었고, 마사지를 자주 하고 안마기로 근육을 움직여서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있었지만 다리는 접히고 오그라들고 있었다. 어머니는 손을 움직일 틈만 나면 불편한 콧속 호스를 뽑아내려 했다. 이렇게는 더 살지 않겠다고 고통만 연장시키는 연명을 거부하시는 것 같았다. 몸을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두 손목을 병상 가드레일에 끈으로 묶어 놓고 있었다. 말기의 병상은 참혹한 형틀이었다. 이게 십자가가 아니면 무엇이 십자가이겠는가? 이제는 패혈증과 폐렴 증세가 수시로 찾아오고 있어 이것을 피해 내는 것이 생명 연장이었다.
그 중환자실의 병상에는 모두가 수주일 내로 또는 길어 봐야 몇 달 내로 임종하실 분들이었다. 어머니를 찾아다니던 몇 달 동안에 맞은편 병상도 옆 병상도 환자들이 자꾸 바뀌고 있었고 또 어머니를 찾아가서 옆에 서 있는 사이에도 옆에서 건너편에서 돌아가시는 분이 있었다. 유리의 눈에는 그 병실 환자들의 얼굴들 모두가 연옥 영혼들처럼 보였다. 어느 밤 꿈속에서는 얼굴도 이름도 모를 수십 명 잿빛의 얼굴들이 유리를 향해 무리로 앉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모든 얼굴들이 흑백도 아닌 화장한 유골의 회색이었고 어둡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갈망하는 연옥 영혼들 같았다. 그 꿈은 잊히지도 않고 생생하게 새겨져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 <2. 재회> 중에서
작가의 말
전편 『KGB 스파이 유리』에서
1. 포섭
2 . 재회
3. 아이코
4 . 파견
5 . 마카오
6. 예레나
7. 밀수
8. 9.9절
9. 576kg
10. 소환
11. 신년
12. 위조
13. 위축
14. 사스
15. 붕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