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지나가는 풍경들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매일 지나치면서도 그것이 거기에 있었는지 모를 때도 있다. 계절도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매년 사계절을 만난다. 그런데 그 계절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계절마다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어떤 마음들이 있었는지 들여다 볼 관심도 여유도 없어 어느 계절을 사는지 잊고 살 때도 있다.
시인은 그렇게 별 관심도 없이 그냥 지나쳐 왔던 사계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계절이 보여 주는 용모와 삶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계절이 들려준 이야기들이 모이게 되었고, 마침내 《사계, 미완의 변주곡》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소소한 일상의 일들이지만 관심을 갖고 바라봐 주고 대화를 걸다 보면 깊은 이야기를 건질 때가 있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시인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일상으로 건져 올리는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봄꽃의 소망〉
내 인생에 봄꽃처럼 활짝
피워 볼 봄날이 찾아온다면
그때는 내 그리운 임의
사랑으로 피어나고 싶소
봄은 모든 생명이 살아나는 계절이다. 겨우내 죽은 것 같았던 새싹들이 돋아나고 꽃이 활짝 피고 따스한 햇살에 너무 행복해지는 계절이다. 이런 봄날 시인은 봄꽃처럼 활짝 피어날 희망을 노래한다. 그때는 내 그리운 임의 사랑으로 피어나고 싶다고 고백한다. 사랑이 없는 생명은 참된 생명이 아니다. 그저 생존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봄에 피는 꽃은 사랑을 피우는 것이다. 사랑을 피워야 참된 생명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참된 생명으로 피어날 봄날을 소망한다.
〈그리고 다시 여름〉
우리에겐 무엇이 남았을까
인생은 미완의 변주곡
순환되는 계절 속에
너와 내가 흐르고 있다
뜨거웠던 여름, 설레었던 가을, 아파했던 겨울 그리고 위로하던 봄을 지나 다시 여름이 되었다. 계절은 변함없이 찾아오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난여름의 ‘나’와 다시 찾아온 여름을 맞이하는 ‘나’는 다르다. 그렇게 인생은 미완의 변주곡처럼 변화하며 흘러간다. 그래서 언제나 변함없이 찾아오는 여름이 너무 냉혹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다. 다시 오지 않을 그 여름날의 추억들 때문에….
〈가을 열매〉
가을을 가을로
바라본
그에게 단감이 열렸다
바라본 대로
물들고
바라본 대로 맺힌 열매
가을은 열매의 계절이다. 가을의 열매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시인은 가을을 가을로 바라본 그에게 단감이 열렸다고 한다. 바라본 대로 물들고 바라본 대로 열매가 맺힌다고 한다. 그렇게 단감이 열린 것이다. 열매는 바라봄의 결과다. 가을을 가을로 바라봐야 가을 열매인 것이다.
〈사노라〉
사노라
사노라
삶의 질고를 지고
모진 풍파를 맞고
휘어질망정
버티며
버티며
사노라
사노라
추운 겨울은 인고의 시간이다. 한때 자랑하던 나뭇잎 하나 없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봄을 기다리며 버티고 버텨야 하는 시간이다. 휘어질망정 버티며 버티며 살아 내야 한다고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나무들이 말하고 있다.
시인은 시집 《사계, 미완의 변주곡》을 통해 인생은 마치 사계절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완의 변주곡처럼 예측 불가능 하고 변화무쌍한 것이니 인생이란 계절을 좀 더 깊이 탐구한다면 삶은 그만큼 깊어지고 흥미진진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사계절이란 소소한 일상에서 간과하였던 삶의 진선미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