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속 블랙박스에 고이 저장되었던
서정과 연민들을 이제 세상 속으로 던져 넣으려 한다.
가까이 다가와서 음미해줄 독자들의 것이며,
이제 내 것은 아니다.
어떠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평가할지도
오직 그들만의 몫이다.
발효가 덜된 나의 분신들을 떠나보내고
새털처럼 가벼이 나는 날으려 한다.
한때 詩들과의 동고동락은 나의 인생에서
찬란한 르네상스였고, 부정할 수 없는
인내와 사랑이었다.
시인에게서 열아홉 살의 순수성을 만난다. 그의 시 ‘늦은 노을’에서 그 자신 그런 순수성을 지금도 가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빨래는 폭염 속에//하염없이 말라가고//가슴속 물기는 그대로 축축한데//열여섯 풋 꿈은 세월이 묶어//아직도 채 영글지 못하고” 있다 하지 않은가. 시인의 가슴속 물기는 젖어 있고 열여섯의 정서는 지금도 그대로인 것이다. 아마 시를 쓰는 동안은 그러할 것이다.
“지금도 그 꿈 하나 찾지 못하여//아무리 하여도 찾지 못하여//숨은 그림 속을 한나절” 헤매는 시인의 시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믿기에 다음 시집을 기대하며 둔필을 놓는다.
- 해설 <소멸에서 영원을 보다> 중에서
1부
고등어
가시고기
나목裸木
다비茶毘
언더독
바다야
사문진 일기
생강
詩에게
오월 상사화
정구지, 그 흰 꽃
카메오(Cameo)
코로나 19에 경고장
폭설
황태
인력시장
2부
겹 봉숭아
그분의 시비 앞에서
노숙자가 된 개
등대를 사랑한 동백
보경사寶鏡寺
보경이
갓바위 길
파리바게뜨
포클레인 기사 k씨
자유토론
요지경
인간 띠
향연饗宴
신장개업
3부
춘분 초대장
할미꽃
봄맛
진달래
팝콘 꽃
축제
사랑 1
사랑 2
변신
달이 보내온 편지
달팽이도 꿈이 있다
강가에서
늦은 노을
비누
詩와 동행
나무 이야기
4부
억새
4월
가을 소나타
가을밤 꿈속
산벚나무 이야기
저무는 봄
폭염
태풍, 마이삭
어머니와 달
한恨
겨울 호수
계절성 우울
약속
J 항구에서
전봇대
해설 – 소멸에서 영원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