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도 시 형식을 빌려서 썼다.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막내 처제가 암에 걸려 투병 중일 때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터라 매일 아침에 출근하면 한 편의 시를 써 처제에게 보내주었다. 힘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처음에 6개월을 선고받은 처제는 5년을 더 살다가 곁을 떠났다. 그 이후로 매일 쓰는 시를 지인들에게 보내 주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아버님에게도 부모에 관해 시를 써 드렸는데, 무척 좋아하시기에 자주 보내 드렸다. 이 시집은 지난날 느꼈던 것들과 출근하면서 느낀 것들을 시로 남긴, 마음의 아침 낙서이다. 아버님이 내가 낸 시집을 보고 싶어 하셔서 회사 창립 20주년에 맞춰 발간할 생각이었으나, 아버님은 작년 4월 꽃피는 시절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버님께 드리지 못하는 시집이라 못내 아쉬움이 커, 조금 일찍 출간하기로 마음먹고 첫 시집을 낸다.
가슴속의 비
예전에는 비가 내리면
가슴에 담았던 이야기가
빗물에 살금살금 고개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비가 내리면 비를 못 본다
질퍽거릴 거리가 먼저 보이고
다음에 주어질 것들이 떠오른다
소박함이 사라진다
가슴으로 느끼는 비는
햇살이 보이는데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나에게 그냥 비일 뿐이다
가슴이 말랐다
그것이 무섭게 느껴진다
찬바람에 내리는 비를
다시 가슴으로 볼 수 있을까
내리는 비가
그 옛날의
다감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까 기대하며
한 번 더 가슴을 열어 본다
그리고 창문을 열었다
― 본문 ‘가슴속의 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