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의 시에는 사람이 있다. 인생이 있다. 태어나 살고 반성하고 다시 죽어가는 우리의 인생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홑청 이불 한 장에도, 낡은 구두 한 켤레에도, 수세미 하나 딸 때도, 신호등을 건널 때도, 시인은 삶을 은유하는 거대한 이야기를 읽는다. 김종진의 시는 참았던 마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입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희망한다. 서로를 끌어안고, 더 동그래지는 달처럼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가시 없이 서로를 위로하기를. 이런 마음은 새로운 장소로 분신한다. 이것이 내가 김종진의 시집을 새로운 행성이라 부르고 싶은 이유다. - 손미(시인) 

김종진 시인은 자연산 시를 따기 위해 감성의 깊은 물에 들곤 한다. 더욱이 무의식의 저편에 웅크리고 있는 존재들과의 관계 양상을 자맥질로 건져 올려 개인적 한계에 포박된 우리의 시선을 외부로 확장시켜 준다. 그뿐만 아니라 건져 올린 삶의 내력들을 어레미로 걸러 알맹이만을 골라 그 통점의 한복판에 시의 꽃을 피워낸다. 

김 시인의 삶에서 자연적으로 건져 올린 시적 상상력은 단지 관념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언어적 테두리를 지니고 있어서 독자들과 공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결국 시인이 지어나가는 시의 집은 자연의 공법으로 지은 새의 둥지와도 같은 것이어서 꾸밈이 없고 포근하다. 

시인은 세상과는 다른 발성법을 가진 자이다. 시인의 발성법은 시인 자신의 주체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물과의 호흡을 통해 얻어진다. 그렇기에 시인의 발성법은 다중적이고 우주적이고 자연적이다. 김 시인이 앞으로도 창조적 발성법을 통해 자신만의 시적 나이테를 발랄하게 그려나가기를 기대한다. - 박주용(시인) 

안도의 한숨 같은 시집, 《로단세, 밤새 구멍 세다》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때론 꽃샘추위의 기승에 겨울 배추벌레처럼 한없이 안으로 움츠러들다가도 ‘통점의 한복판에서 태어나는 꽃’처럼 단단하게 피어나는 존재의 온기. 우주의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거대한 존재가 되어가기까지 내뱉는 호흡을 따라가 본다. 

바스락거린다, 얇은 봄이

마르지 않은 심장, 벽에 매달려

가는 숨 쉬고 있다

- 〈로단세〉 중에서

시인의 말 

1부 

내시경 

달맞이꽃

물질 

미선나무꽃 

스투키 

밤새 체 구멍을 세어보다가 

이불을 널며 

휴

풀 

판화 

빨래

종이 풍금 

꽃지짐 

꽃샘추위 

목련

2부

도넛 가게에서

신호등 

굴비 

반딧불이

초승달 

짱돌 

상현달 

애도 

벚꽃 필 무렵 

변비 

쑥 

숙제 

방석 

도솔산에서 

구멍 난 시절을 말하다 

3부

로봇 청소기 

에어 펌프 

하이힐 

추임새 

구두 수선공 

비 오는 날의 고백 

껌 

수박 이력서 

깁스 

어머니의 마음

새벽 나비 

선미 

낡은 시계 

이팝나무 꽃 소리 산조 

추억을 태우다 

4부

수화手話

호더스 

무창포 

미세먼지 

산을 오르며 

감나무 

신데렐라의 가방 

수세미 

구멍 

낙화 

도솔암을 오르며 

송년의 독백 

독 

겨울 배추벌레 

로단세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