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
내 삶에 여유로움은 없다.
단지 삶의 느슨한 공간 사이로
나도 모르게 흐르는 묵언의 침묵이 존재한다.
어느 날 갑자기 동떨어진 생활에 익숙해진 나
마치 빛이 소멸하다 떨어진 옅은 잔상의 긴 여운 같다.
보이지 않는 터널의 끝에 내걸린
희망이라도 상상하는 걸까
주름진 시간에 연막처럼 피어오른 한 줄기 빛.
생각의 굴레에 각혈을 하듯 꾸역꾸역 올라오는 그것
내면에 퍼진 실금 사이에 또다시 침묵의 공간이 파고든다.
『가끔은 말이야』는 『격조 높은 당신께』에 이어 보은 이현재 시인이 선보이는 두 번째 77편의 산문시집으로,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이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따뜻한 시집이다. 다섯 권의 시집을 통해 삶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 온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도 일상의 순간들을 따스한 언어로 포근히 감싸며, 지친 마음에 위로와 힘을 건넨다.
눈을 마주치려 함은 곧 사랑이다
으르릉거리기를 멈춘 그것은
닫힌 문을 열고
새로운 사랑을 하기 위한 방편이다
“가끔은 말이야”
퇴보가 아닌 일보 전진을 위한 사랑의
무한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구절처럼, 이 시집은 멀어진 마음에 다가가 눈을 맞추고, 조용히 닫힌 문을 열어 주는 사랑의 방식들을 이야기한다. 물러섬이 아닌 다가섬으로서의 사랑, 그 섬세한 움직임에 대해 시인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말을 건넨다.
이 시집은 신파적 감상에 기대기보다, 관계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인간의 마음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작가의 말
1부 고독한 배아
갈등
고독한 배아
기형
길 위의 삶
낯선 사람들
도시인
문명의 이기를 벗어난 어쭙잖은 현생인류
비틀거리는 삶 1
비틀거리는 삶 2
사색하는 나무
사월
태양의 삶
지구의 전설
초로
하늘에 이는 바람
2부 갑 다음에 오는 을
갑 다음에 오는 을
고독사
그대여
길
내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꿈꾸며
뒤웅박 팔자
말 1
말 2
벗어 던지거나 나아가거나
별에게 전하는 이야기
빨간 거짓말 하얀 거짓말
산사에 걸린 번뇌
숨어서 운다
영원한 삶의 한계
잡초
풍류예찬
3부 기억의 저편
기억의 저편
너의 하루
눈 오는 날에
하루의 날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람
바람이 머물지 않는 곳에는 물결도 일지 않는다
뿌리 1
뿌리 2
스모그
오해
온 누리에
천경
푸른 영혼
하루를 여는 그대에게
4부 눈빛과 별빛에 기댄 삶
꽃무릇
눈빛과 별빛에 기댄 삶
너와 나 1
너와 나 2
너와 나 3
너와 나 4
님 그림자
뭐 아니면 말고
삶
어느 날 꿈 1
어느 날 꿈 2
울 오매 1
울 오매 2
이혼
잔느에게
조건 없이
5부 가끔은 말이야
가끔은 말이야
똥간
삶의 만족
용인할 수 있는 것과 용인할 수 없는 것
인생 뭐 있수!
절구
참과 거짓
참된 자아로 본 시선
초현생인류
침묵하는 별
푸르름의 도시를 꿈꾸며
허락되지 않은 삶
허허
효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