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에서 깨끗하고 맑은 공기, 한적한 바다의 물결 쓸리는 소리, 낙도에 홀로 씻기우는 갯바위 등등을 행간마다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 첫 독자는 늘 내 자신이었고, 나는 그 풍경들 속에서 24시간 내내 살고 싶었기에 글을 계속 썼다. 내가 메마르다고 느낄 적에 더욱더 그렇게 썼다.
둥근잎나팔꽃
그 해 여름 내내 나팔꽃 표지 아래 잠들었던 당신, 밤새 뒤척이다 그만 홍자색, 익을까 피울까를 생각하다가 때로는 덩어리 같고, 때로는 미심쩍기도 한
-본문 중에서-
물은 유동적이다.
때로는 촘촘하게, 때로는 방울방울, 때로는 거세게 몰아치는 등 여러 모습으로 자신을 바꾼다. 땅에 떨어질 때도 투둑 투둑 튀길 때가 있는가 하면 동그랗게 원을 그리기도 한다.
사람의 감정 또한 그렇다. 시간에 따라, 주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분명 육체라는 정적인 껍데기 안에 들어 있는데도 감정의 빛깔은 이다지도 휘황찬란하다.
이 시집은 글러한 변화를 노래하고 있다.
제1부 빗물의 기호를 읽다
빗물은 소리 나는 시집이시네
첫사랑이 들고 있었네
내가 나에게 아득해 자욱해
구름 사바나
고등어와 핸드폰
부부송 ― 무딤이들을 그리며 ―
풍경을 열다
모든 그리움은 남향으로 난다
그립다 말하면 그리워지는
제2부 봄여름가을겨울을 견인하다
동백꽃, 지다
떡잎을 발설하다
겨울나무의 투병
봄, 피다
버드나무, 노래하다
문패를 단 의자
그러하듯이
고목나무
달맞이꽃
이팝나무
봄이시네
선인장 여자
제라늄을 읽다
물안개, 넘어오다
둥근잎나팔꽃
단풍 신작
빛의 굴절법
가을글자
무성영화
초승달
제3부 긴요한 일상을 듣다
은적사, 꽃의 습성에 들다
오동나무 골목
이태리포플러
자전주
홍어
푸른 달
귀를 훔치다
수국
배롱나무, 꽃잠
목련
백만 송이 장미
트롯 삐약이!
강물, 햇살, 바람, 감꽃
패랭이꽃
색깔론
바람의 석탑
배롱나무를 읽다
그믐
물의 감정에 대한 스케치
마시멜로
나목, 가로등을 품다
제4부 바람을 채집하다
성게
소호 앞바다에는 물짐승 한 마리 산다
일출 크레파스
이월의 동백 숲을 오동도에 전시하다
꽃, 유배당하다
만성리 낮달은 검은색이다
오동도에서 길을 잃다
강물은 강물에게, 바다는 바다에게
세상에서 가장 붉게 사라지는 고백을 듣는다
해연가 ― 와온에서 ―
강물, 가을 속으로 들어가다
백리섬섬길로 오세요
낮달
윤슬
편지
구름 정류장
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