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안에서 말씀이 흘러나오니 어찌 향기롭지 않겠는가!”
‘문(門)’은 곧 《동부수필》이요,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향기(言)’는 선생님들의 주옥같은 작품이다. 《동부수필》 제1집을 세상에 선보인 지도 어언 네 해가 지나고, 한마음으로 꿈꾸어 왔던 《동부수필》 제2집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오랜만에 내는 작품집이니 귀한 대접은 아니더라도, 세상과 말을 걸고 싶은 소망쯤은 누군가가 알아채 주길 기대해 본다.
우리는 그 힘으로 또 수필의 태산준령을 넘을 것이다.
편지 한 장, 일기 한 줄 써보지 않은 삶은 생각만 해도 쓸쓸하다. 내가 내게 편지를 쓰듯, 세상을 향해 고해 성사를 하듯 한 편의 수필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버겁다. 그러나 팍팍한 세상을 사는 데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방편인 것을 우리는 벌써 터득했다.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나는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때마다 수필의 소재를 찾아 헤매는 것도, 우주공사에 참여하는 일 같아 설렘이 앞선다. 글은 말 밖에 있으므로 말의 울타리를 넘는 것도 장애물 경기처럼 두렵고 떨린다.
[책머리에] 중에서